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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재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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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능 시험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나는 실패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된 것, 아니 실격한 듯하다


독학재수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온갖 망상과 번뇌를 거듭하며


결국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으며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정작 내가 이미 파멸의 길에 들어선 것을 막지는 못했다.


방구석 공자님이 되어버렸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택했고, 또 절대적 다수가 실패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나의 오만과 어리석음은 나는 다를 것이라고 저들이 문제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은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나에게 철저히 각인해주었다.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던 열망의 크기는


한동안 압도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조금만 힘들면 도망가버리는 나의 현실도피 앞에 점점 작아져갔고,


하루에 당연히 지켜야할 공부량을 지키지 못하고


그건 나에게 도움이 안될거라고 진짜 공부가 아니라고 헛된 위안 삼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하루 공부 시간은 0에 수렴해갔다



한데, 더이상 나에게 도망칠 곳은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공부시간이 부족했다고 재수를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자부할 수 있었지만


이젠 결국 주어진 시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혹독하게 느꼈다


그렇기에 더이상 1년이라는 시간을 추가한다고 이 입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허상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작년처럼 당당히 도망갈 곳이 없다.


독학재수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허무함은


독서실을 뛰쳐나와서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작은 책상과 의자에 내 몸을 우겨넣고 


극한의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다, 견디지 못해 모든 걸 내팽개치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반겨줄 친구도 없고 무언가 흥미를 붙일만한 취미도 없으며


무엇보다 텅 비어버린 시간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내 또래 친구들은 PC방 노래방 술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쏟는 듯 했지만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도서관에 다닐 때에 우연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흔히 책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활자중독이 있다고 표현을 하지만


나는 활자강박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책을 읽었다


자기계발, 시야 확대 이런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텅 비어버린 시간을 무언가로도 채워넣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철학 과학 소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사실 책을 몇 권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알지만 카운트해보니 그 때 한 3개월 간 70~80여 권의 책을 읽은 것 같다


그 시기에 수능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제서야 내가 지금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그저 해야할 일인 수능공부의 짜증과 두려움에서 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5월 달에 다시 독서실로 돌아가 태블릿pc를 하나 사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메가 대성 이투스 박광일 이원준 권규호 김재홍 현우진 한석원 신승범 이명학 윤도영 등 인강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렇게 듣다보니 더이상 들을만한 게 없어서 인강은 안 듣고 주로 문제풀이를 시작했다


근데 여기서 독학재수의 밑천이 아니, 나의 처절한 본성이 다 드러나는 듯 하다


온 시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진정한 독학재수이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 고통을 참고 이겨냈다면 아마, 나는 지금 실패 후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 내일 수능이 끝나고와서 성공 후기를 쓰고 있었을 듯 하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듯이


이미 일어난 일에 뒤늦게 왈가왈부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고3 친구들은 


병신같은 재수생새끼가 지 할일 똑바로 못하고 의지가 부족한 걸 합리화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게 정확한 생각이라고 보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근데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나는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그런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걸 잘 느꼈지만,


그 이후로 나를 통제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멍때리는 시간과 잡념에 사로잡혀 있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불필요한 감상만 늘어났다


외로움에 고등학교 때 친구를 불러 대화를 나눠보곤 하지만 1년도 채 안되는 시간이


공감대를 잃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깨달을 뿐이다


어떤 때는 공부가 안될 때 사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두번정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 지방대구경을 하고 온 적이 있다


그리고 서울 구경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대학교는 서울로 가는게 좋다는 걸 명확히 깨달은 듯 하다


물론 지방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환경 자체가 너무 다르다


그러고선 10월 초반 까지 나름대로 다시 공부를 했지만 그 이후로 다시 와장창 무너져내렸다


이쯤되니 공부를 안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힘드니까 안하게 된다


그 때 부터 지금까지 모의고사 몇 번풀어본 게 다 인것 같다


쓸데없이 인터넷 게시판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군대를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무슨 알바를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별 지랄을 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근데 그걸 막을 수가 없다


인간 말종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살살 녹아버리고


고졸이 될지 지잡대에 가야할지 군대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지만


정작 공부는 하지 앟는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잡지 않는다


이미 관성은 막을 수가 없다


15일 저녁에 수능 연기라는 소식을 듣고 웃음이 나오고 약간의 위안을 얻었지만


그래도 공부는 하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듯이 1년추가할 자신이 없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제 잘 안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포기할 용기를 얻진 못한 것 같다


그냥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나는 군대에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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